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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셔서 휴가 낸 썰

by Meridith Lim 202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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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 방학이 약 2주간 끝나고, 이어달리기를 하듯 큰아이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웬걸, 큰아이 방학 시작과 동시에 혹한의 추위가 찾아왔다.

워킹맘으로만 살아가다 보면 아이 보러 노년에 자식 집에 지하철 갈아타고 오는 길이 험난한걸 모를 수가 있겠구나 싶다.

재작년까지는 같은 동네여서 차 끌고 오시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편하게 맡겼었는데,
이제 이사를 오고 나니 엄마의 건강이 한번씩 걱정이 되곤 했다.
어제 밤에 엄마가 힘들다고 하시는 말에 새벽에 눈 뜨자마자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오시지 마시라고.
회사도 다행히 휴가자가 많지는 않아서, 회사에도 말씀을 드렸다.
엄마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어 오늘은 제가 애들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물론 아직도 꼰대가 많은 조직이라 인사고과가 긁힐 가능성도 있고 ,뒤로는 쌍욕을 먹을 가능성도 농후하리라 생각되지만
일단 애들과 엄마를 안전하게 챙기는 것이 내 가장 1차적인 사회생활 목표가 아닐까 싶다.

회사생활도 잘 하고 싶지만 엄마가 아프면 안된다. 더불어 엄마하고 싸우면 안된다.는게 이제 인생의 대전제가 되었다.

정말이지 회사 덕분에 다행히 엄마도 오늘하루 쉬시고 오늘 하루 아이들도 별 걱정없이 등원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여담이지만, 모 임원분이 팀장 시절에 내게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결혼도 하지 말고, 결혼을 했으면 애를 낳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참으로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는 욕하고 싶지만 그게 맞는것도 같다.
왜냐면 아직까지는 애 없고 시집 안간 여성 지점장과 여성 임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전 아버지 시절엔, 집안일보다 사회적 성공, 명예를 쫓으면 부가 따라온다는 마음으로 앞만 향해 달려오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니 아이들과 엄마와 함께할 시간들이 이젠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승격을 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과 엄마와 신랑과 함께 지속가능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안다. 외할아버지가 간암으로 가셨던 걸 알아서, 우리 큰애는 저녁에 나랑 끌어안고 티비를 보다가도 엄마 오래오래 나랑 재밌게 살자고 말해준다. 그럴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울렁거려 아이를 꼭 안아주며 그러자꾸나 하고 말해준다.

일전에 엄마랑 싸울때도, 기본은 엄마가 좀 쉬엄쉬엄 하셔서 성질내지 마시라는 의도의 말을 하다가 싸움이 크게 번졌던 것인데 이제 정말 멀리 떨어져 생활이 분리되니 외려 양쪽 다 안정을 찾는게 느껴진다.
아예 딱 결단을 내리면 마음이 더 편안해 질 것을 그걸 잘 못해서 지지부진, 내가 눈치가 참 많이 부족했구나 싶다.


너무 좋은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의도치 않은 휴가를 내고 아이를 학원 보내고 혼자 앉아 약과에 홍차 한잔 곁들이며 글을 쓰고 있자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글을 쓰며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한강뷰마저도 너무나 감사할 지경이다.

혹시 그런 복이 내게 주어진다면...
책을 써서 내고 싶고, 그 책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엄마와 아이들 양쪽을 다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이 생긴다.

그렇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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