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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만년필이 약 세 자루쯤 있다.
돌아가신 아빠 책상에서 나온 게 두 자루, 내돈내산 한자루.
세개 다 라미 만년필이다. 아빠 살아계실적에는 몽블랑도 한번 주신 것 같은데, 몽블랑 만년필은 부담스럽다고 내가 거절해서 펜만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만년필은 어디서 쓰시다가 잃어버리시지 않았을까 싶다.
만년필이라는 게 참 부지런해야만 유지가 되는 필기구여서(다른 필기구여도 비슷하겠으나)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 나오는 구멍이 막히고 뻑뻑한 채로 억지로 힘을 주면 펜촉이 망가져버린다. 더불어 잉크도 수성이어서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그냥 말라버려서 카트리지를 교체해주어야 한다.
만년필은 내게 아빠를 기억하게 해주는 도구다.
다른 몽블랑 펜도 한자루 있지만, 만년필을 가지고 무언가를 쓰고 있으면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실제로 아빠랑 만년필을 쓰면서 글을 함께 쓴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몇달 후 이사를 앞둔 요즘, 또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키울땐 아빠가 직업적 성공을 바라면서 사셨던 것 처럼,
이제 우리 세대는 회사에서의 성공이 전부가 아닌 시절이 되어버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직업적 성공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절약해서 부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나가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우리를 떠올렸을 때, 아빠는 책을 읽고 엄마는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려주면
조금 더 고마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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