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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첫아이 갖고 준신축 들어간 썰

by Meridith Lim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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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고향은 산자락이다. 산자락 아래 읍내에 있는 병원에서 나고, 그 뒤쪽에 있는 주택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대학생이 되어 시집가기 전까지 산자락에서 살았다. 고등학교가 종로쪽에 있는 전국구 고등학교였기에 우리학교에는 전국에서 온(심지어 외국인도) 친구들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에 만난 친구들 중에는 목동에서 통학하는 친구, 여의도, 압구정, 청담동, 은평구, 서대문구, 강서구에서도 오는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가 2002월드컵 즈음이었어서,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면 서울 각 지역에서 온 친구들 중 마음맞는 친구들과 나가서 서울 전역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가진 직후에 떠오른 동네는 가성비 기준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산자락의 ㅇ 뉴타운이었다. 전세금액을 가지고 일부 대출을 받으면 그 뉴타운의 준신축 아파트는 30평을 들어갈 수 있었다. 배가 불러 집을 보러 다녔어야 했는데, 아이가 워낙 커서 조산기가 있었던지라 친정 아버지가 집을 알아봐주셨다. 동네에 있는 집을 거의 다 찾아보시고 표시하셨는데 그중에 한 다섯 채 정도를 둘러봤다. 가장 처음은 친정집 바로 옆 라인에 있는 집이었는데, 싱크대 앞쪽 바닥의 마룻바닥이 썩어서 물기가 올라왔다.
“이건 왜 이런가요?”
“아, 얼마전에 하수구가 막혀서 터졌는데 그동안 좀 썩었었어요. 고쳐서 이제 괜찮아요”
- 아웃.

두번째 집은 고즈넉하고 베란다가 넓은 집이었다. 그런데 안방 문을 열었더니 앞쪽 산비탈이 뷰로 들어왔다. 산비탈의 흙과 나뭇잎이 보였다.
- 세모

세번째 집은 북한산이 보이는 뷰에 집 상태도 너무나 깔끔하고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출입구쪽으로 걸어서 나가려니 바로 앞에 있는 좁은 비탈길을 걸어 내려가야 했다. 비탈의 기울기는 약 40도정도. 산자락에서 살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번화가 뒤쪽 배후지 동네들은 다들 산비탈에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가 혹은 빌라촌이다. 그중에 제일 안쪽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던 나는, 차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비탈진 골목길을 오가며 통학했고 비탈진 길 때문에 자전거를 마음껏 타본적이 없었다. 결론은 난 비탈진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평지 지상주의자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여기있다. 그게 나다.

네번째 집은 지하철역과 조금 더 가까운 집이었다. 해당 동의 가장 탑층이었다. 코너쪽 호수라 하늘도 뻥 뚫리고 다 좋았는데 베란다 모양이 둥근 모양이었다. 다른 동들이 높이가 한두 층정도 낮아 집 거실에서 다른 동 지붕이 보였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하는 나의 표정을 보자 이번에는 친정엄마가 말렸다. ”다른 집들 지붕 보는건 좋은 게 아니야.“ 이 부분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이해가 안되는 멘트다. 아마도 친정엄마는 너무 높은 집이 싫으셨는지도 모르겠다.

다섯번째 집은 지하철역에 오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두 정거장 더 가야하는데, 집이 양지바른 곳에 있고 출입구가 비탈지지 않고 큰길에 붙어있는 집이었다. 집의 구조도 네모 반듯하고 정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왔다. 집주인은 공무원으로 평생 일하다가 퇴직하시고 자식 결혼식을 앞둔 분이셨다. 매매가는 5억 3천만원. 바로 계약할테니 300만원만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주인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오케이를 외치셨다.
그날로 가계약을 하고 우리는 추석 전에 입주를 하게 되었다.

거의 만삭인채로 포장이사를 신청해 산자락으로 다시 들어갔다. 준신축이었기에 물론 바퀴벌레는 없었고 주차장 연결도 아주 좋았으며 일반쓰레기 버리는 곳도 그시절 최신식으로 바코드로 열렸다 닫히는 쓰레기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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