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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달랑 현금 2천만원을 가지고 남자친구는 8천만원을 모아두었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살 전셋집을 구해야 할 차례인데 나는 오늘도 야근이다. 영업점에서 뺑뺑이를 돌던 내가 본점에 손을 들고 들어가게 된 것은 다 남자친구 덕분이다. 관계에 불안이 컸던 나는 매일 저녁이면 연락이 두절되고 전화를 받지 않는 남자친구가 야근을 하는 중이라는 말에 분노해 나도 그 잘난 야근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본점 가장 바쁜 부서로 자원을 해서 들어갔다.
본점은....말그대로 야근 지옥이 맞았다.
계절적 요인이 많은 남자친구의 야근과는 달리, 우리 회사는 비수기 없이 쭉 야근으로 달리는 회사였기에 그렇게도 답 문자를 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던 내가 야근하고 회의하고 회식하고 출근하고 생활의 반복이 지속되다 보니 내가 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결혼준비를 해야하는 예비신부임에도 불구하고.
날은 6월로 잡고 구정이 지나자 남자친구가 강서쪽에 있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돌아보며 전세를 구했다. 전세자금대출 포함하여 2.2억짜리 전세를 돌아보는데 그 아파트는 북향으로 베란다가 나 있어 뽁뽁이로 거실 창을 모두 막았는데도 웃풍이 들어 춥다고 했다.
며칠동안 혼자 돌아보던 중에... 친정엄마가 문득 전화를 했다. 살아볼만 한 집을 찾으라고. 그리고 여의도 직장이니 근처에 집을 알아보라고 하셨다고. 넌 야근하느라 바쁘니 예비신랑과 함께 집을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친정엄마는 실행력이 갑이라 그 말씀 하신지 3일만에 남자친구와 함께 마포 ㄷ아파트 20평형대를 전세로 계약했다. 남자친구가 모은 돈 8천중에 일부만 태우고 (남겨둔 돈은 결혼자금으로 썼다) 일단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살아가기로 말이다.
그해 6월 우리는 결혼을 했고 ㄷ 아파트에 입주했다. 지어진지 30년이 지난 아파트인데 그동안 수리를 거의 하지 않았는지, 싱크대도 베란다도 옛날 느낌 그대로 누런 장판에 오래된 마룻바닥이어서 장판 도배를 새로 하고 들어갔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메인 화장실 옆에 변기만 외따로 있는 화장실이 하나 더 있다는 점... 더불어 투룸이었다. 이런 오래된 집을 수리도 없이 계속 전세로만 돌린 집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름 완전 저층은 아니라고 2층이라며 자기위안을 하며 살았지만 2층은 언덕배기 아파트에서는 1층이나 다름없이 베란다 쪽 주차장 화단에서 피우는 담배연기와 우수관을 통해 올라오는 모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신혼생활은 행복했다. 그저 둘이서 통행금지 시간 걱정 없이 저녁시간을 함께 하고 잠들었다가 출근하고 퇴근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는데....
겨울이 지나 봄이 오니 아침에 눈을 떠 거실로 나올 때마다 바퀴벌레가 한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며 잡아서 변기에 버리고 물을 넣고 내리기 일쑤였는데 여름이 다가오면 올수록 바퀴벌레의 출몰 빈도가 늘어났다.
문제점은 한가지 더 있었다. 회사 근처 지역의 지형 특성상 언덕이 많은데, 그 ㄷ 아파트는 언덕 입구쪽에 경사로에 지어진 터라 걸어서 오가는 데에 불편함이 있었고 이와 더불어 구축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지하주차장이 아주 작아 거의 모든 세대들은 지상에 차를 주차해야 했는데, 우리 동의 경우 세대수가 주차장 자리 보다 많아 옆동(대형평형)까지 차를 대야 했고 이나마도 부족하면 이중주차 혹은 그 옆옆동까지 원정을 가야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차장 자리 그까짓거 대고 조금 걸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올 때에도 옆옆동에 대고 나니 주렁주렁 장바구니 혹은 박스에 담아 끙끙대며 들고오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아파트는 83년생이었다. 내가 84년생인데 나보다 오빠인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바퀴벌레를 하루 걸러 한마리씩 잡아서 버리고, 마트에서 사온 식료품을 나르며 살다 보니 어느덧 2년이 지나 있었다.
전세 계약이 만료될 때 즈음,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벌써 10여년 전이니 그때는 주택 임대차법이 있을리 만무했다. 집주인이 전세 계약금을 1억원 올려달라는 말이었다. 2억 2천만원이던 집은 3억 2천만원짜리 전세가 되어 있었다.
신랑과 약 두달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전세 관련으로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오던 즈음, 아이를 가져 입덧을 하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이사가자.“
그래서 우리는 집을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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